최근 '멀고도 가까운 나라' 일본의 농업 현장을 다녀왔다. 전국 시군 귀농귀촌 담당 공무원들과 함께 최대 농업지대로 불리는 홋카이도(北海道)에서 홋카이도청과 삿포로(札幌) 이와미자와(岩見沢) 다테(伊達) 등 시청과 농장을 돌아보면서 몇가지 시사하는 농업정책을 접근할 수 있었다.
기후 토질 등 농업 여건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일본전체 농업인구는 1990년 4백82만 명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2백27만 명으로 4반세기만에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반면 65세 이상의 농업인구는 당시 33%에서 지난해 63.7%로 증가했다. 일본도 우리처럼 농촌의 공동화와 고령화가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일본 경지면적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홋카이도는 전체 농업산출액의 12.5%를 점유하고 있다. 농가 호당 경지면적은 타 지역의 15배에 이르고, 주업농가의 비율도 타지역(20%)에 비해 매우 높은 71%에 달한다.
우선 홋카이도는 벼농사지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농업산출액 구성비는 가공농산물(24%) 야채(26%) 쌀(21%) 순인 반면, 홋카이도는 쌀구성비(40%)가 많은 곡창지대다. 이같은 농업산출액은 약 10조원으로 2013년의 경우 일본 전체의 12.5%를 차지하고 있다.
두 번째로 다른 지역에 비해 젊은 농부 비중이 높다. 홋카이도는 90년 농업인구가 20만 9천명이던 것이 14년에 10만2천명으로 반이나 줄어들었다. 일본 전체 인구감소 비중과 거의 같다.
그러나 39세 이하 추이를 보면 주목할 게 있다. 지난해 일본전체의 39세 이하 농업인은 7%에 불과하지만 홋카이도의 농업인은 16%로 두 배 정도 높다. 농촌마다 고령화 추세가 가속되는 현실에 비하면 대조적이다.
셋째로 신규로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취농인)이 전국적으로 줄고 있는 가운데 홋카이도는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취농인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일본전체 신규취농인은 2004년 8만명이었는데 2013년 5만명으로 줄었다. 5만명에 대한 나이별 구성비는 60세 이상이 53%에 달한다. 반면 홋카이도 신규취농인은 2004년 700명 선에서 다소 줄어든 600명 선이다. 나이별로는 29세 이하가 66%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60세 이상은 1%에 불과하다.
'일본의 식량공급기지' 로 불리는 홋카이도가 타지역보다 젊은 농부가 많은 이유는 작년 3월에 전국신규취농상담센터가 내놓은 '취농이유' 에서 나타나듯이 전통적으로 농지를 확보하고 있는 부모로부터 가업(家業)을 이어받는 승계농부(72.8%)가 많기 때문이다. 농업에서도 장인정신이 남아있는 것 같다.
이에 못지않게 귀농 촉매제 역할을 하는 정책은 '청년취농 급부금제도'다. 이는 2012년부터 청년농업을 장려키 위해 2년 영농연수 후 최대 5년 동안 연간 150만 엔 정도의 기초생활비를 대주는 제도로, 젊은이들을 농촌으로 유입시키는 데 일보하고 있다고 한다.
마침 우리나라도 내년부터 농촌창업에 나서는 청년 300명을 선발해 매달 80만원을 월급조로 지원할 방침이다. 또한 2016년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체계있게 귀농정책을 펴기 위해 강원 전북 경북 등 3개 도에 도단위 귀농지원센터를 설치키로 했다. 이에 따른 예산을 지속적으로 늘려 귀농 확장정책을 펴 나갈 방침이다.
결론적으로 일본 농업 현장과 지원정책도 우리나라와 별반 다를 게 없이 공동화 고령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어느 면에서는 전국적인 시군 단위 귀농귀촌지원 부서를 운영하는 우리정부가 기초 지자체들과 손을 맞잡고 입체적인 귀농지원정책을 펴고 있는 점에 대해 일본 사람들은 부러워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