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의 평균수명이 58.8세라는 사실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지난해 이맘때쯤 언론을 통해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전체 공무원 중 퇴직 공무원의 평균 사망 연령이 가장 낮은 직종은 소방 공무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58.8세, 이는 소방 공무원 정년이 57세인 것을 생각하면 정년을 채우고 퇴직한 소방공무원들이 평균 2년 이내 사망하는 셈이다.
반면 국가 고위직 공무원인 정무직 공무원의 평균 사망 연령은 72.9세로 가장 높았다.
소방 공무원의 수명은 교육직 공무원(67.7세), 법관ㆍ검사(66.2세), 국가일반직 공무원(65.3세), 별정직 공무원(65.2세) 등 다른 공무원에 비해 월등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릴 때마다 그들의 수명은 타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 호흡기 질환 및 폐질환에 무방비 노출
얼마 전 이명수 국회의원(자유선진당)은 국정감사에서 소방관들의 호흡기 질환 문제를 다루기 위해 소방방재청에 자료를 요구했다.
소방 공무원의 특수건강진단을 분석한 이 자료에 따르면 직업병에 해당되는 C1 등급자가 호흡기 질환에 2번째로 많이 포진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방관들이 화재진압 중 유독가스에 노출돼 있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 특히 화재진압 중 사용하고 있는 공기호흡기 내부에 불순물 세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각종 호흡기 질환 및 폐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는 점이 걱정스런 부분이다.
또한 각종 재난현장에서 30㎏ 이르는 중장비를 다루며 화재진압과 인명구조 활동을 벌이는 소방관들은 허리디스크 등의 직업병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낙 험하고 위험한 일을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건강상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 현실로 드러났다.
▶ 화재 연기보다 무서운 마음의 상처
소방관들을 더욱 두려움에 떨게 하는 건 정신질환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생사의 기로에서 동료의 사고를 목격할 경우 이러한 질환이 찾아올 수 있는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할 만큼 위험한 질환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란 사람이 전쟁, 고문, 자연재해, 사고 등의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후 그 사건에 공포감을 느끼고 사건 후에도 계속적인 재경험을 통해 고통을 느끼며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는 질환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 만큼 치료가 절실하지만 실상 치료를 받는 소방관은 거의 없다고 한다.
119 안전센터에서 근무하는 한 소방 공무원은 “사고현장에 가서 참혹한 현장을 보거나 자살한 사람을 보게 되면 많은 충격을 받는 게 사실이다”며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기도 하고 정신적 스트레스로 많은 고통을 받고 있지만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 마련돼 있지도 않고, 정신질환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 좋지 않아 그냥 참고 지낸다”고 한다.”
그들을 더욱 옥죄는 건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열악한 근무환경이다.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더라도 주변에서 곱게 보지만은 않고 동료 직원에 근무 피해를 주기 때문에 치료를 받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치료시기를 놓칠 경우 큰 화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실질적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경찰병원은 있는데 소방병원은 없다?
소방관들이 공무 중 부상을 당하면 소방병원이 아닌 경찰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는 것이다. 경찰은 경찰청 산하 국립경찰병원이 있지만 소방은 전문병원이 없기 때문이다.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는 소방관들을 위한 병원이 없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소방 공무원 퇴직을 할 경우에는 경찰병원에 대한 혜택 또한 중단된다고 한다.
지금도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며 인내와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는 그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소방전문병원이 건립되고 그들의 처우가 하루 빨리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3교대 근무제’ 이제는 변해야한다
불과 얼마 전부터 3교대가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소방관들의 업무 특성상 이는 사실상 무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선진국 대부분은 소방관에 대한 처우와 근무여건이 좋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미국은 근로기준법에 의해 주당 40시간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24시간 근무 후 48시간 휴무율이 61%에 달한다. 72시간 휴무체제도 16%나 보이고 있다. 영국의 경우는 소방관들에 대한 여건이 더 좋다.
근무조가 4개조로 편성돼 4일을 주·야간으로 일하면 4일 동안 쉴 수 있는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문제의 핵심은 예산이다. 해결방법은 있으나 어쩌면 정부의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갖게 한다.
특히나 강원도 소방공무원들의 경우 지난 수 년간의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니 그들에게 구조를 요청하기가 미안할 정도다.
외국은 소방관이 되는 것이 청소년들의 장래희망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3D 업종 가운데 하나가 소방관이다 보니 그들에게 자부심을 요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선진 시스템을 도입하고 행정요원을 늘리기 보다는 현장에서 직접 인명을 구하고 주민의 재산을 지키는 요원들을 확대하는 것이 바로 주민을 위한 안전서비스가 되는 길이다. <자료제공-철원포커스>